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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2년 6살

외출

단둘이 외출은 처음이었다. 아빠가 선택한 곳은 집과 가까운 놀이동산, 놀이동산과 가까운 미술관이었지. 늘 수줍어 하던 네가 그렇게 즐겁고 고마운 표정을 대놓고 드러낼 줄 몰랐다. 엄마도 느닷없는 부녀 외출을 추켜세웠단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게 이런 것인가 했다.


그날 저녁 너는 끊임없이 기침을 하며 골골거리더구나. 퀭한 눈과 마주쳤을 때는 정말 도망치고 싶었다. 딸과 잘 노는 좋은 아빠이고 싶었는데 딸을 앓게 만든 몰상식한 애비가 됐더구나. 평소라면 억울했을 텐데 그때는 정말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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