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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4년 8살

노래방

네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가족끼리 노래방을 갔다. 새로운 것을 늘 경계하는 너답게 마이크를 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첫 노래를 부르더구나. 16점이었나? 움찔하는 네 모습을 보고 살짝 후회했다. 괜히 어린 마음에 상처를 준 게 아닌가 싶었지.

 

아빠와 엄마가 한 곡씩 부르는 것을 본 너는 일단 질러 줘야 점수가 나온다는 것을 금세 알아채더구나. 다음 노래부터 목소리를 확 키우더라. 각종 동요 메들리로 90점대를 기록하기 시작한 너는 '아기공룡 둘리'였나? 기어이 100점을 찍었다. 그제서야 마이크를 홀가분하게 놓고 엄마와 아빠 노래를 평가했지. 아빠가 93점을 받자 "그 정도면 잘했어"라고 말하는 네 표정에서 진심을 느끼지는 않았다만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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