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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6년 10살

어부지리

to 10살 이예지 양



집에 마땅히 먹을 것도 없고, 아빠가 상차릴 여력도 없더구나. 배달 음식을 뒤적거릴 수밖에 없었지. 그러고 보니 너와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이라고 해야 피자나 치킨 정도잖아.


"아빠, 피자나 치킨 말고 다른 거 뭐 없을까?"


그러게 말이다. 배달 목록을 뒤져 보니 횟집 전화번호가 있기는 하더구나. 네 의사를 묻기는 했다만 별로 기대는 없었단다. 그런데 '엄지 척'이라니.


"아빠, 괜히 나 때문에 회 시키는 거 아냐?"

"아니, 예지 먹고 싶으면 아빠는 아무 거나 괜찮아."


그리고 '너 때문에 괜히'라면 '중(中)'을 시키지 않았겠지. 마침 도수 높은 고급진 증류 소주도 남았고 말이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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