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10살 이예지 양
지난 1월이었나? 제주도 갔을 때 호텔 복도에서 마주친 아저씨 기억나니? 아빠가 엄청 반가워했잖아. 그러나 정작 그 아저씨는 쭈뼛쭈뼛 쑥쓰러워했지.
"아빠, 아빠랑 엄청 친한 사람인 줄 알았어."
그 아저씨 이름이 이세돌이란다. 최근 1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사람. 오늘 인공지능과 바둑을 뒀는데 졌네. 뭐랄까. 이런 일이 아빠가 살아 있는 동안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바둑 따위는 관심조차 없는 네가 한참 나이 먹었을 때나 가능할까 싶었는데 좀 먹먹하네.
간만에 컴퓨터(인공지능)를 '스타크래프트'로 밟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사람에게는 못 이겨도 컴퓨터에게는 이기거든. 인류 자존심 좀 세워주려고.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