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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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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to 11살 이예지 양 "아빠, 오늘 저녁에도 술 마셔?""아니, 어제처럼 마실 수는 없지.""그게 아니라 술 또 마실 거냐고.""그러니까 어제처럼 마실 수 없다고.""내 말은 지금 술 마실 거냐고?""어제처럼 또 많이 마실 수는 없다니까.""그게 아니라~" 답답했니? 너도 집요하더라. 식탁에 놓인 술병을 보고도 거듭 확인하고 따지려 드는 게 아빠보다 더 기자 같았어.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못생김 to 11살 이예지 양 학원에서 남자 새ㄲ… 아니,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며? "야, 네 얼굴에 김 묻었어.""무슨 김?""못생김." 안 그래도 외모가 좀 고민인 예민한 여학생에게 제법 큰 엿을 먹였네. 여튼, 예나 지금이나 사내들 수법은 거기서 거기구나. 수줍음 많은 새끼 같으니라구.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함정 to 11살 이예지 양 "예지가 자기 얼굴은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못생겼다고 하고, 나는 또 다른 엄마들보다 예쁘다네. 기준을 잘 모르겠어. 사실 그렇지는 않잖아." 스스로 외모를 아쉬워하는 것은 흔한 고민이다. 사람들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이 늘 있거든. 그 결핍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이미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가는 게 삶에서 중요한 과제란다. 그나저나 엄마가 함정 파놓은 거 봤니? 다행히 아빠는 눈치챘단다. 살짝 위험했어. "아냐, 나도 예지 생각과 똑같아. 당신이 예쁘다고 생각해." 조금만 타이밍이 늦었다면… 아니다, 됐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전략 공개 to 11살 이예지 양 엄마를 위한 무슨 전략을 짤 때면 그 원대한(?) 구상을 너에게만은 단계적으로 공개하곤 한다. 이를테면 살림을 몰아서 하거나 식당을 예약할 때 말이다. "예지, 오늘 엄마가 좋아할 식당을 예약했어! 이 아빠가 말이야!""진짜! 와아아아아아아아! 아빠 최고!" 엄마를 위한 일이라면 너는 늘 진심으로 기뻐하는구나. 아빠가 이런 고민과 과정을 너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하나다. 언젠가 네가 아빠보다 더한 젠장 그 나쁜 새끼… 아니, 아니, 더 멋진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거든.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쿵쿵따 to 11살 이예지 양 요즘 쿵쿵따가 부활하려나 보다. 한때 아빠 새벽을 불태웠던 게임이란다. 너는 했던 단어를 또 해도 된다는 규칙이 꽤 마음에 드나 보더구나. 한참 기러기를 주고받으며 깔깔거렸지. 승부보다 적응에 방점을 찍고 네 리듬에 맞춰 쿵쿵따를 진행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사냥꾼'에서 막히네. "꾼? 꾼… 생각나는 게 없는데. 아빠가 졌네.""꾼꼬또.""응?""꾼꼬또, 귀신 꾼꼬또." 그게 말이다… 네가 옳다. 이거 반칙 잡는 새끼들 다 나오라 그래!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가족 to 11살 이예지 양 얼마 전 장난감과 친구 차이를 가르쳐 준 적 있지? 이번에는 가족과 장난감 차이를 말해야겠더구나. 놀고 싶을 때만 하늘이(고양이)를 찾고 평소 방치하며 네 할일을 하지 않는 게 영 괘씸했다. 일단 며칠째 쌓인 똥과 털로 뒤덮인 침대보 그리고 이불을 더는 볼 수 없었거든. 야무지게 나무라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예지, 한 시간 뒤에 네 생각을 얘기해. 네 생각을 듣고 하늘이 키울 건지 말 건지 결정할 거야!" 한 시간이 채 되기 전에 쭈뼛거리며 다가오더구나. "아빠, 앞으로 화장실도 제가 잘 치우고 하늘이가 제 방에는 혼자 못 들어가게 할게요.""좋아, 장난감과 가족의 차이는 뭐야?""장난감은 놀고 싶을 때만 찾는 거고, 가족은… 잘 놀고 서로 잘 돌봐줘야 해요." 앞으로 약속을 ..
에어컨 to 11살 이예지 양 에어컨을 틀어놓고 바지는 입지 않은 채 비옷 같은 가벼운 점퍼만 하나 걸쳤더구나. "예지, 에어컨 틀어놓고 점퍼를 입으면 어떡해?""얼굴하고 다리는 더운데 몸은 추워서요." 음… 설득될 뻔했잖아, 이 자식아!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파프리카 to 11살 이예지 양 오믈렛을 포크로 조금씩 떼어먹는 너에게 엄마는 오믈렛 사이 파프리카를 콕 찍어서 입으로 가져가며 이렇게 말하더구나. "엄마는 파프리카가 제일 맛있던데.""치~ 먹이려고 난리도 아니네.""아니, 진짠데." 아가, 엄마 말은 식성에서 우러나온 진심 맞다. 그래도 아주 통쾌했단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