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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2016년 1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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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 to 10살 이예지 양 그러니까 말이다. 이 사진에서 포인트는 부산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설경 따위가 아니란다. 물론 아빠라면 환장하는 네 모습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자애롭고 꼼꼼하며 대인의 풍모가 물씬 풍기는데다 딸을 번쩍 안아 올리는 힘센 아빠도 주인공이 아니지. 그러니까 이 사진에서 포인트는… 네 엄마가 수평을 맞췄다는 것이란다. 드디어!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장점2 to 10살 이예지 양 느닷없이 아빠는 장점이 뭐냐고 물었지? 200개쯤 되는데 다 말해도 되냐고 했더니… "자신 있으면 그렇게 하시던지요." 차마 한 개도 말할 수 없었단다. "왜 안 해요?""장점이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을 겸손이라고 하거든.""풉!" 진짜 한마디도 말 걸 그랬구나.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자랑2 to 10살 이예지 양 방학 때 2학년 문제집을 한 번 풀고 가능하다면 3학년 문제집을 조금이라도 풀자고 했던 게 너와 한 약속이었지. 그 약속 때문에 너를 수학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는 엄마를 설득할 수 있었어. 초반에 열심히 푸는 너를 기특해 하는 엄마에게 3일 정도 갈 것이라고 했는데, 진짜 딱 3일만 갈 줄은 몰랐단다. 까먹었어… 피곤했어… 힘들었어… 깜박했어… 바빴어… 그래도 아빠가 부담을 주거나 재촉하지 않았다는 것은 너도 인정해야만 한단다. 집에 들어가니 아빠 책상에 문제집과 노트가 딱 펼쳐져 있더구나. 잘난 척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은 네 엄마 장점이기도 하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서술형 to 10살 이예지 양 "아빠, 유치원 때 수학 서술형 문제는 참 좋았는데.""뭐?""남자 셋, 여자 두 명이 있습니다. 모두 몇 명일까요?" 정말 좋은 문제구나! 아빠 마음에도 쏙 든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분담 to 10살 이예지 양 엄마·아빠가 휴대전화로 게임하는 모습이 닮았다고 지적했잖아. 네 엄마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예지도 게임하면 똑같다며 반격하더구나. "엄마는 꼭…"이라며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한 너를 정의로운(?) 아빠로서 돕지 않을 수 없었지. "걸고 넘어지지?" 까르르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뿌듯했단다. "엄마가 아빠한테도 꼭 걸고 넘어지거든. 예지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왜?""백짓장도 맞들면 낫잖아." 환하게 웃던 네가 얼굴을 싹 바꿨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단다. "뭐 그런 걸 나눠 들어?"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가창력2 to 10살 이예지 양 일하는 아빠 옆에서 잔잔하게 부르는 노래가 참 듣기 좋구나.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니… 뭐 좋은 노래겠지. 음이탈이 잦고 어색한 음정, 불안한 박자가 마음에 좀 걸리기는 했단다. "엄마, 나는 춤보다 노래가 더 나은 것 같아요." 하고 싶었던 말을 꾹 참은 것은 최근 아빠 선택 중 가장 탁월했던 것 같아. 여튼, 네 예능(?)을 응원하마.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방학 to 10살 이예지 양 방학이잖아. 늘 부럽단다. 일하는 아빠에게 슬쩍 다가와서 이렇게 물었잖아. "아빠, 나 방학인데 아빠는 무슨 계획 없어?""아빠? 음… 아빠 계획은 열심히 취재하고 글 쓰는 거지 뭐." 답답했니? 얼굴에 티 나더라. 호흡을 가다듬은 너는 천천히 말하더구나. "아빠 계획은 그렇고, 예를 들면 방학 동안 가족이 여행을 떠난다거나…" 엄마가 그러던데 '예를 들면'은 아빠가 너에게 자주 하는 말이라더라. 여튼 네가 관심 있는 그 계획은 엄마가 고민 중이다. 아빠가 네 말길을 못 알아들은 것은 아니거든.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감기 to 10살 이예지 양 열이 갑자기 38도를 넘어 깜짝 놀랐단다. 어쩐지 상태가 좀 그렇더라. 병원에 가는데 영 힘이 없어 보이더구나. 어쩐지 힘을 좀 주고 싶었어. "예지, 아프니까 공부나 방학숙제는 못 하겠네. 할 수 있겠어?""아빠, 전에 항상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고 했잖아." 그래, 역시 푹 쉬어야겠구나.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