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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땅 아빠가 팔을 있는 힘껏 뻗으며 손가락을 쭈욱 내밀어서 너를 불렀을 때, 너는 딱 손가락만 펴서 아빠 손가락과 끝을 맞추더구나. 연애는 참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어사빨](12)좌빨이 만든 일자리 이런 생각을 해봤어. 좌빨이 오너고 좌빨이 선배며 좌빨 영혼이 충만하고 좌빨이 추구하는 가치가 늘 존중받는다. 그러면서 회사도 직원도 수입은 짭짤하지. 이런 회사에는 노조가 있어야 하나? 없어도 되나? 비정규직 따위는 상상할 수도 없고. 어쨌든 수구 꼴통 나부랭이들이 입사하고 싶어서 정체성을 감추며 입사원서를 내는 회사. 이런 회사 없나? 좌빨 소비자는 이런 회사에서 만드는 자동차, 휴대전화, TV, 컴퓨터를 살 수는 없을까? 이런 회사에서 만든 마트에서 장을 볼 수 없나? 어쨌든 이런 회사에서 만든 귀금속, 가방…. 하다못해 좌빨 선배들이 운영하는 편의점, 식당 또는 작은 회사에서 최저임금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할 수는 없을까. 그것도 힘들면… 300만 원은 받지 않아도 되니 새누리당 홍보물은 쌩까고,..
[어사빨](11)욕구는 쎄게, 실현은 쉽게 오랜만이군. 보면 알겠지만 글이 연짝으로 나올 때는… 바쁠 때고, 한동안 안 나올 때는 '완전' 바쁠 때다. 그러니까 나는 한가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한가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 제발 믿어줬으면 좋겠어. 혹시 들어 본 얘기인지 모르겠어. 나도 어디서 본 얘기라서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겠고 맥락만 옮길게. 대충 이런 얘기야. … 지하철에 어떤 아저씨가 타. 그리고 승객들을 향해 뭐라 말을 하지. 당연히 사람들은 잡상인이라고 생각하고 외면했어. 그런데 얘기 내용이 자기 딸이 매우 아파서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거야. 아! 구걸하는가 보다… 사람들은 아예 신경을 끄려고 하지. 그런데 그 아저씨 부탁이… 여기 모이신 분들이 딸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길 부탁합니다. 갑자기 승객들은 숙연해졌다고 해. 그리고 일부 ..
자존심? 어제 날짜를 묻기에 왜 오늘 날짜가 아니라 어제 날짜를 묻는지 궁금했다. 혹시나 해서 오늘 날짜가 필요한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어제'라고 하더구나. "22일." "아, 오늘은 23일이구나." 자존심이 참 강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불공정 네가 엄마에게 울상을 하고 뭐라 얘기하는 중에 '불공평해'만 겨우 들었다. 내용은 모르겠으나 그런 세상을 용납할 수는 없지. "엄마는 시원하게 긁고, 나는 가려운데 긁으면 안 되고." 말은 알아들었는데 뭘 엄마는 시원하게 긁고 너는 못 긁는지 눈치채지 못하겠더구나. 그럴 때는 확실히 엄마가 빨라. 갑자기 뒹굴거리며 웃던 엄마는 손으로 조그맣게 네모를 그렸다. 아! 신용카드. 그래, 엄마는 시원하게 긁겠다고 하고 너는 긁지 못하게 하고, 불공평하네. 아빠도 엄마가 그렇게 긁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너는 늘 공평한 세상에서 살거라.
[어사빨](10)싸가지 없어서 싫다? 좌빨을 불편하게 여기는 어르신께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싸가지 없다'는 것에 대해서 좀 생각해봤어. 3분 23초 정도 고민하니 두 가지 정도로 정리가 되더군. 첫째, 뭐 사실이라는 거. 좌빨이 쫌 싸가지가 없기는 해. 환경과 환경을 만드는 체계(System)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좌빨은 예절, 매너, 의전 같은 것을 허세 또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지. 더군다나 못마땅한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누리는 듯한 꼰대들과 마주치면, 싸가지 지수는 급속도로 낮아져.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 그런 예민함과 결기가 없으면 좌빨 하기도 어렵지. 싸가지 없다고? 인정! 그런데 '싸가지 없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어르신이 좌빨을 미워한다고 퉁치기에는 뭔가 애매한 게 있어. 우리 좌빨도 잘 알겠지만, 좌..
잠투정 네 유치원 가방에 뭐가 가득 들었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그냥 뭐가 들었느냐고 물었을 뿐인데, 왜 궁금하냐고 앙칼지게 받아치니 참. 아빠 성격도 그렇게 좋지 만은 않단다. "하나도 궁금하지 않으니 너도 앞으로 궁금한 거 묻지 마."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낀 너는 일부러 그렇게 말하려고 한 게 아니라며 훌쩍거리더구나.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화해하려 했더니 너는 소파에서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그냥 잠투정이었네. 똘망똘망 말도 잘하고 하는 짓도 야무져서 가끔 잊게 되네. 너는 이제 겨우 만 여섯 살도 되지 않은 아이일 뿐인데.
역차별 아빠가 차에서 내리면서 네 가방과 엄마 가방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랗고 묵직한 봉투, 아빠 가방 두 개까지 포함해서 모두 양손에 들었잖아. 네 손에는 달랑 인형 한 개 뿐이었고. 엄마는 그냥 긴 종이상자 하나, 그것도 속이 비어 있는 상자 하나를 들었을 뿐이었단다. 너는 계속 엄마에게 도와주겠다, 같이 들어주겠다며 달라붙더구나. 엄마는 거듭 괜찮다고 했지. 그제야 아빠가 정말 조심스럽게 도움을 요청했거든. "아빠는 힘이 세잖아." 그냥 무시하더구나. 섭섭하지 않으려 꽤 노력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