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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아빠, 우리 반 남자 애들 욕은 아닌데 욕 같은 그런 거 막 한다." 고작 예를 드는 게 2018년이더구나. 꼬마 수컷들이 무척 귀여웠단다. "아빠 그런 거 많이 알아. 전문이야. 예지 친구들 모아서 가르쳐주고 싶네.""진짜?" 이런 식빵, 신발끈, 시베리아 오오츠크, 조카 십팔색깔 크레파스, 써클렌즈, 가족같은… 어땠니? 엄청 큭큭거리더구나. 늘 그렇듯 아빠가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누나 저 누나라는 아이는 민첩하지도 않고 높이 뛰지도 못해. 운동능력은 나보다 한참 떨어지지. 스스로 홀로 사색하며 세계를 이해하는 고양이와 달리 쟤는 밖에서 다른 인간과 섞여서 남들에게 배우나 봐. 아빠 양반이 새끼 제대로 키우려면 고양이만큼 홀로 사색하는 시간을 보장해야 해. 그나저나 모든 게 부족한 저 아이가 누나인 이유가 있어. 내 응가를 치우고 간식을 챙겨주거든. 기브 앤 테이크 알지? 야옹.
수신(修身) 아빠 양반이 그러더군. 하늘이는 '수신' 하나는 확실하다나? 항상 몸을 핥고 닦으며 맵시를 내는 게 중요 일과니 뭐. 사실 고양이만큼 수신에 성실한 생물도 없지. 그나저나 아빠 양반은 내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같은 말도 모르는 줄 아나 봐. 저 쉬운 말조차 이해 못하는 쪽은 인간인데. 아빠 양반만 봐도 세상 돌아가는 일을 막 평해. 나라 일에 치를 떨고 나서 집안일을 하지. 마지막에 가까스로 씻더라고. 그러니까 '평천하치국제가수신'이잖아. 일에는 순서가 있는데 뭐가 중요한지 전혀 몰라. 아주 한심해. 야옹.
높은 곳 고양이가 높은 곳을 향하려는 마음은 인간과 근본부터 달라. 우리는 높은 곳에서 세상과 대상을 넓게 바라보고 깊게 이해하지. 사색하면서 자신을 성찰해. 인간은 그냥 내려다보고 싶은 것 같아. 높이 오를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이해는 얕아지지 않나? 성찰 따위는 개뿔. 그러니까 아빠 양반, 내려다보지 말라고. 야옹.
배움 유튜브를 스승 삼아 아이패드로 뚝딱뚝딱 그림 그리는 솜씨가 제법이구나.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림 그릴 때 즐겁다는 네 말에 더 감동했다. "아빠 뭐 해?""공부해.""기타 칠 줄 알잖아.""근본 없이 막 배웠거든." 아빠도 기본부터 배워볼까 싶어 동영상을 찾아봤단다. 어느새 부모에게 자극을 주는 아이로 자랐구나. 기특하다.
성숙 한 생명이 얼마나 성숙한지 알아채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싫어하는 대상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로 쉽게 측정되지. 좋아하는 대상 앞에서야 뭔 말이든, 뭔 짓이든 못 하겠어? 그런 점에서 아빠 양반은 미숙해. 나도 아빠 양반이 날 싫어한다는 거 알면서도 멍멍이(아! 자존심) 소리 들어가며 다가가는데, 아빠 양반은 늘 싫은 티를 내거든. 미숙하고 또 미숙한 거지. 야옹.
박스 어떤 인간은 고결한 고양이가 좁은 박스에서 뒹구는 게 우스운가봐. 더 우스운 것은 인간이 쓸데없이 넓은 상자에서 사는 것인데. 아빠 양반이 그러더군. 한 평은 어른 인간 한 명이 누워서 팔다리 휘저어도 되는 넓이라며? 그런 점에서 박스는 고양이에게 한 평이야. 그 한 평에 담긴 소중함과 가치를 우리는 잘 알지. 30~40명이 누워도 되는 박스에 살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들이 그런 것 좀 알았으면 좋겠어. 큰 기대는 않는다만. 야옹.
두 발보다 네 발 나는 가끔 아빠 양반이 네 발로 버티고 꼼지락거릴 때가 좋아. 팔굽혀펴기라던가? 덩치 차이는 크지만 눈높이는 대충 맞거든. 모든 소통은 눈높이를 맞추면서 시작한다는 거 정도는 인간들도 알지? 어쨌든 비효율적이며 한심하기 짝이 없는 두 발 걷기보다 훨씬 탁월하며 우아한 네 발 걷기 장점도 알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인간도 품위 좀 있어 보이려나.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