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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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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지킴이 to 11살 이예지 양 "예지, 그만 먹어?""응, 배불러." 그러니까 어쩌면 그렇게 애매하게 남길 수 있나 말이다. 밥 두 숟갈 반이 참 그렇다. 아빠 한끼로는 부족하고 그대로 설거지통에 넣을 수는 없고. 요기조기 뜯긴 생선과 께적거린 반찬, 밥 두 숟갈 반을 처리하고자 아빠는 밥그릇에 물을 붓는다. 기억해라. 네가 동물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일지는 몰라도 지구는 아빠가 지킨다는 거.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실패 to 11살 이예지 양 우리처럼 스테이크, 랍스타, 캐비어, 송로버섯 뭐 어쨌든 이런 게 일상인 가족에게 라면을 먹는 것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란다. 여튼, 젓가락질이 어려울 정도로 불은 면이 아쉬웠던 아빠는 총구를 네 엄마에게 겨냥하고 시선은 너에게 둔 채 이렇게 말했지. "라면은 역시 아빠가 더 잘 끓이는 거 같어. 면이 너무 불었네. 안 그래?""응, 맞기는 맞는데 라면 내가 끓였는데. 엄마가 물만 끓여주고 내가 다 끊인 건데. 이상해?" 괜히 틈새시장을 파고들려다 고객 심기를 아주 제대로 긁었구나. 시장 조사가 부족했고, 아빠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신짱](50)시즌1을 마치며 ※ '신짱'은 '신문 짱'이 아니라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시즌1 마지막입니다. 이 연재를 기획한 의도를 기억하십니까? 지난 2월 28일에 쓴 '예고편'에서는 이렇게 정리해뒀습니다. 신문시장은 곧 죽는다고 합니다. 전문가들 진단이니 맞겠지요. 신문시장이 죽어도 가 가장 늦게 죽는다는 믿음으로 기획했습니다. 내가 어여삐 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더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신문을 펼치며 설레던 때가 언제였을까요. 다음 날 이 콘텐츠를 접할 독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근거렸던 적은 또 언제였을까요. 뭘 믿고 시장은 우리 콘텐츠를 다 받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막상 그렇지 않을 때는 왜 시장 구조를, 소비자를 원망했을까요. 누군가에게 신문 읽기를..
[신짱](49)훌륭한 샘플 ※ '신짱'은 '신문 짱'이 아니라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2017년 5월 16일 자 경남도민일보입니다. 16일 자 신문을 펼치자 꽤 흥미로운 작업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라미의 시티 드로잉'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작가와 협업을 기획한 이서후 기자 설명이 이렇습니다. 이 그림이 양산 지도 모양이에요. 그 안에 내용을 채웠지요. 경남 18개 시·도를 이런 식으로 작업해요. 나중에 합치면 경남 지도가 됩니다. 독자는 그림에 색칠도 하고요. 요즘 유행한다던데요. 설명을 듣고 그림을 더 자세히 봤습니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콘텐츠입니다. 몇년 전에 이라는 취재를 했습니다. 신문에 연재도 했고 묶어서 책으로 펴내기도 했습니다. 제법 공들여 한 취재라 시간이 제법..
[신짱](48)대선 이후 ※ '신짱'은 '신문 짱'이 아니라 '신문 읽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 짱'을 줄인 말입니다. 2017년 5월 15일 자 경남도민일보입니다. 대선 여운이 아직 남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반 흐뭇한 뉴스를 접하다 보니 이제야 나라가 좀 제대로 돌아가는 듯합니다. 특히 국정교과서 폐지 지시와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은 투표가 지닌 힘을 체감하게 합니다. 그 설렘과 기대를 담아 는 또 묻습니다. 선거 때마다 출마자에게 묻고 확인하는 △탈핵 △4대 강 문제입니다. 물론 이번 대선 때도 중요 의제로 삼아 각 후보에게 답을 받았습니다. 잊을까봐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공약을 표로 만들어 기사에 붙였습니다. 대선 이후 언론 보도를 다시 생각합니다. 조금 흘겨보자면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를 ..
대통령 to 11살 이예지 양 "아빠, 대통령을 잘 뽑은 거 같아요." 엄마와 뉴스를 보는데 네가 그렇게 말해 깜짝 놀랐단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조금만 생각하니 간단하더구나. 얼마 전만 해도 뉴스 보면서 욕하고 한숨 쉬고 머리 뜯고 하다가 요 며칠 좋네, 잘했네, 다행이네 이러고 앉아 있었으니 말이다. 네가 세상과 접촉하는 통로로서 부모 역할을 잠시 생각했단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
허세 to 11살 이예지 양 때맞춰 라면을 끓이는 아빠에게 홀려 어느새 뒤에서 멤돌더구나. 그냥 끓이면 될 것을 냄비를 기울여 긴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젓고 들었다 놓으며 재주를 부렸단다. 여자는 비주얼에 약하다면서? "아빠, 많은 요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그렇지 않을까? 아무래도.""그렇겠네요." 아무 내용도 없는 이 대화 뜻을 다른 사람은 잘 모를 거다. 아빠 귀에는 이렇게 들렸단다. "우왕! 라면이다. 다 되가요? 빨리 먹고싶다!" 큰 그릇에 면을 먼저 옮기고 달걀을 풀어 면과 잘 비비고 나서 그 위에 끓고 있는 국물을 부어 달걀이 실처럼 익으면서 풀어져 올라오게 하는 것은 너를 위한 퍼포먼스란다. 아빠 먹을 때는 그렇게 안 먹거든. 눈에서 별이 반짝반짝하더구나. 또 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심 to 11살 이예지 양 엄마가 외할머니 집에 가자고 제안했더니 이렇게 되물었다더구나. "왜? 밥하기 싫어?" 꽤 날카로운 질문에 감탄했다. 나이스다. from 자애롭고 꼼꼼한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