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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재발견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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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재발견]최대, 최고, 원조의 유혹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최대, 최고, 원조, 이런 게 끌리지 않습니까? 유적을 봐도 그렇고, 무슨 식당을 가도 그렇고, 구조물 하나를 봐도 그렇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에게 지역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런 수식에 아무래도 쏠립니다. 흔하지 않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성이고 개성입니다. 두 번째 취재를 했던 통영에서 취재팀은 최대, 최고, 원조 같은 수식에 대한 유혹을 아예 끊기로 했습니다. 일단 사실 검증이 버겁습니다. 그 많은 꿀빵 가게와 충무김밥 식당, 통영 다찌가 모두 원조일 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또 얘기를 듣다 보면 딱히 원조가 아니라고 결론 내리기도 애매합니다. 어떻게든 원조를 가려내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식당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까? 이런 딜레마는 다른 지역..
[경남의 재발견]그 순박함이 자랑인 곳 경남 18개 시·군 지역을 다니다 보면 저마다 자기 지역 사람들을 드러내는 성정, 기질이라는 게 있습니다. 경남 사람을 표현하는 기질이라는 게 그렇게 다양하지 않습니다.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무뚝뚝하지만 속이 깊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국난이 있을 때 일어설 줄 알고, 지기 싫어하고 대가 세고… 대부분 지역이 자기 고장 사람 기질을 이렇게 풀어냅니다. 단 한 곳, 산청만 달랐습니다. 산청 사람들은 제 고장 사람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참 순박해요. 옛날 도지사가 초임 군수·경찰서장을 임명할 때 첫 발령지로 주로 산청을 정했지요. 사람들이 큰 사고 칠 일이 없으니 임기 동안 무탈할 것이라는 배려지요.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이후에도 만난 산청 사람들 성정이 참 곱고 좋은 ..
[경남의 재발견]거위는 맹수? 양산이 경남에서 등록 문화재가 가장 많다는 얘기를 듣고 좀 놀랐습니다. 양산 가서 보면 알겠지만 그런 게 참 없어 보이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통도사 이야기가 나오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양산 가면 모든 표지판이 통도사를 향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도사 주변에는 19암자가 있는데 우리가 먼저 찾은 곳은 서운암이었습니다. 서운암에 들어서면 길게 늘어선 장독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참 평화롭고 넉넉합니다. 장독대를 지나 계속 길을 따라 올라가면 '16만 대장경'을 보관한 장경각에 닿습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목판에 새긴 것이고 16만 대장경은 흙을 구운 도자기 판 위에 새긴 것입니다. 8만과 16만이라는 숫자 차이는 한면 복사와 양면 복사 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양쪽 모두 내용은 같습니다..
[경남의 재발견]내친소… 아니, 내기소 내 여자 친구… 아니, 내 기자 동료들을 소개합니다. 여정은 10개월 정도 됩니다. 보잘 것 없지만 만만찮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던 힘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마감과 동료입니다. 신문사 기자에게 마감은 그냥 진리입니다. 만약 마감 없이 지금과 같은 결과물을 내놓으라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2~3주에 한 번이라는 엄한 마감 압박이 을 만들어낸 가장 따가운 채찍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마감이 채찍이라면 당근은 함께 취재한 동료들입니다. 먼저 남석형 기자. 남 기자와 함께 일한 것은 이번 취재가 처음입니다. 그 전에는 같은 부서에서 일한 적도 없습니다. 사람을 알고 취재를 함께 한 게 아니라,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입니다. 남 기자는 남들이 '예' 할 때 혼자 ..
[경남의 재발견]아이폰 일병 구하기 고성으로 출발하기 전 들은 이야기는 두 가지 정도입니다. '공룡' 그리고 '하모회'. 오죽하면 출발하기 전에 "공룡 스테이크 파는 집 없나" 같은 시덥잖은 농담이나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보면 사천과 더불어 고성도 '재발견'한 지역 가운데 한 곳입니다. 기대보다 상당히 매력 넘쳤다는 게 취재팀 공통 의견입니다. 고성 매력은 먼저 투명한 바다에서 한 번에 다가옵니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도로에서 보는 먼 바다 눈맛도 괜찮지만, 가까이서 들여다 본 바다 역시 남해안 어느 바다보다 깨끗합니다. 그 매력은 상족암 일대에서 도드라집니다. 그 인상을 확인하고자 취재팀은 하이면 덕명리에서 상족암 쪽으로 이르는 절벽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바다를 보며 걸음을 옮기는데, 그만 움직이던 손..
[경남의 재발견]베스트 교집합은 사천? 경남에서 어디가 제일 괜찮았어? 참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앞으로 많이 받을 질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함께 취재한 남석형·박민국 기자와 많이 했던 이야기 주제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끼리 괜찮은 지역으로 몇 곳을 언급하면 꼭 빠지지 않는 지역이 있는데 사천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사천은 역설적으로 취재팀이 기대없이 찾았던 지역 가운데 한 곳입니다. 딱히 떠오르는 인상이 없고, 그나마 나오는 이야기라 해봤자 거의 삼천포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어쨌든 잘 몰랐던 사천에 대한 좋은 인상은 먼저 이 두 분에게서 시작합니다. 장미주 해설사는 삼천포 아가씨(물론 선생님이 아가씨는 아닙니다) 매력을 은근히 보여준 분입니다. 수줍어 하면서도 삼천포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조리..
[경남의 재발견]고생하던 차가 호강한 사연 숨은 주역으로 쉐보레 소형차 '아베오'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취재팀은 현장 취재 때 주로 한 차로 다녔는데, 남석형(마티즈)·박민국(마티즈) 기자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양보(?)를 하는 바람에 주로 아베오가 나섰습니다. 아! 취재 초반부터 신차 구입 뜻이 있었던 남석형 기자는 기어이 취재가 끝나고 신차를 구입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아베오는 촌 구석구석, 물가, 산 중턱과 정상,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경남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승용차가 꽤 고생을 했는데, 그런 아베오가 제대로 대접받은 일이 한 번 있었습니다. 바로 이 장면! 거창 취재 때 한 장면입니다. 마침 '거창국제연극제' 취재 일정이 있어 동행한 김두천 기자가 식사를 마치고 살뜰하게 차를 씻겨 주는 모습입니다. 아니, ..
[경남의 재발견]함양이 왜 '신의 한수'? 함양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습니다. 함양 취재로 취재와 정리 틀을 대부분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맨땅에 헤딩하 듯 시작한 첫 취재에서 성과가 없었다면 이후 취재와 출고는 상당히 고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함양에서 이룬 성과 대부분은 돌이켜 보면 상당히 운이 좋았습니다. 먼저 취재원. 함양에서는 유난히 취재원 복이 넘쳤습니다. 함양군청에서 처음 만난 이태식 과장은 해박한 지역 지식으로 '무식의 어둠'에 갇힌 취재팀을 인도했습니다. 마을 절반이 전라도, 나머지 절반이 경상도인 '매치마을' 이야기도 이태식 과장과 긴 인터뷰에서 나왔습니다. 듣는 순간 시작을 '매치마을'에서 해도 괜찮겠다는 감이 저릿하게 왔습니다. 일단 매치마을로 갔습니다. 그런데 계획과 현장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