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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재발견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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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재발견]양산은요 양산 하면 통도사만 떠올랐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앞서 통영 취재 때는 그렇게 한마디씩 거들던 동료들도 양산은 모른 척했습니다. 어쨌든 양산에서는 은근히 넉넉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산·울산 두 광역시 틈에 끼어 배후도시 기능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은근히 무시하는 면도 있지만, 일단 양산은 부자입니다. 재정자립도를 보면 경남에서 창원·김해·거제 정도만 양산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합니다. 또 경남에서 등록문화재가 가장 많은 곳이 양산입니다. 물론 절반 이상이 통도사 안에 있습니다만. 공업도시 인상이 강하지만, 양산천 양쪽으로 뻗은 산맥을 중심으로 자연이 떠안긴 자산도 풍부합니다. 양산에 뻗은 주요 산줄기는 '영남 알프스'로 불리며 등산객에게 사랑받고, 깊고 그윽한 계곡은 여름이면 발디딜 곳 ..
[경남의 재발견]밀양은요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골짜기 얼음골. 돌로 내려치면 종소리가 울리는 바위 만어사 경석. 국난이 닥쳤을 때 땀을 흘린다는 비석 표충비. 밀양시는 얼음골, 만어사 경석, 표충비를 아울러 '밀양 3대 신비'라고 자랑합니다. 그렇다고 밀양에 있는 신비로운 것들이 세 개뿐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호박소, 오천평반석, 사자평 등 못지 않은 신비로움을 자랑하는 곳이 많습니다. 일단 밀양은 경남에서 유난히 '신비로운 땅'으로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 다음 우리 취재팀이 주목한 것은 지역 곳곳에 서린 이야기입니다. 좁은 길목을 막은 조선군 300명이 왜군 1만 8000여 명과 맞서 버텼다는 작원관. 최근 드라마로 각색됐던 아랑 이야기. 연산군 때 부관참시를 당한 점필재 김종직 시신을 끝까지 지켰다는 호랑이 무덤. 칼춤에..
[경남의 재발견]김해는요 고작 분산(382m)만 올라가서 내려봐도 너른 들판은 막힘없이 펼쳐집니다. 지금은 그 이름이 시들해졌어도 경남을 먹였다는 김해평야 생김새는 아직도 그럴듯합니다. 김해에서 들판 얘기를 하지 않으면 경남에서 땅을 내세울 곳은 없습니다. 그 다음은 금관가야, 즉 '가락국' 이야기가 나와야겠습니다. 일부러 김해 중심에 놓은 듯한 수로왕릉을 중심으로 가락국 흔적은 동심원을 그리며 펼쳐집니다. 빈약한 가락국 기록을 고려하면 오히려 넘친다 싶을 정도로 쉽게 그 흔적과 마주칩니다. 더불어 고분과 유적에서 쏟아져 나온 귀한 옛사람 흔적 덕에 김해는 가야 문화 주도권을 놓지 않습니다. 김해에 있는 옛사람 흔적은 시간을 내서 따로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가지 가운데, 요즘 사람들 사는 공간 사이에 태연하게 ..
[경남의 재발견]진주는요 드디어 이 취재한 20개 지역에서 받은 인상을 요약 정리합니다. 이 작업을 마치면 연재가 딱 50회로 끝납니다. 처음 쓸 때부터 이미 철저한 기획을 바탕으로 진행했다는 거, 그 치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원고 작업은 퍼즐 맞추기와 비슷했습니다. 취재로 수집한 조각을 그림이 되게 맞추는 작업입니다. 그게 잘 맞아떨어질 때도 있고 이상하게 그림이 안 나올 때도 있습니다. 지역에 대한 인상 정리는 한줄 영화평 같은 느낌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은 내륙·해안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내륙편에 나온 지역 순서대로 시작해서 해안편으로 넘어갈 계획입니다. 처음 얘기할 곳은 진주입니다. 취재 이후 특색을 추려냈던 다른 지역과 달리, 진주는 취재할 때부터 작정하고 특색을 잡아 덤벼든 곳입니다. 초반 작업부터 귀에 못이 박힌 ..
[경남의 재발견]파노라마 배틀 취재를 하면서 아이폰3를 아이폰5로 갈아탔습니다. 아이폰4를 건너뛰고 5시리즈로 바꾸니 체감변화가 상당했습니다. 특히 사진·동영상 촬영 기능에 감탄할 때가 많았는데 진주 진양호에서 드디어 파노라마 기능을 시연합니다. 폰을 들고 주변을 싸악 훑는데 그게 고스란히 사진이 되니 좋았습니다. 그런데, 취재팀에서 사진·동영상을 맡은 박민국 기자가 아이폰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을 보고 빡쳤습니다. 아니, 그래도 사진·동영상 전담인데 장비에서 꿀릴 수는 없다 뭐 그런 심정이었나 봅니다. 박 기자는 소니(?) DSLR에 영상 촬영을 위한 마이크까지 부착해서 들고 다녔습니다. 진양호에서 샷을 쏘기 시작하는데, 박 기자 DSLR은 연사를 통해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드는가 봅니다. 타다다다다다닥! 셔터 소리..
[경남의 재발견]미식가 드립(?) 취재 중 식당은 주로 그 지역에 사는 분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하는 곳을 중심으로 다녔습니다. 음식 취재에서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입맛입니다. 소문만 무성한지 정말 괜찮은 집인지 판단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취재팀 입맛은 전반적으로 어디 내새울 수준은 아닙니다. 저야 음식은 입속보다 뱃속만 채우면 그만이라 여기는 쪽이고, 남석형·박민국 기자는 취재 때 좋은 음식을 먹으면 나중에 입가심(?) 한다며 핫바(휴게소 파는 그거)나 짜장면, 라면 등을 먹어줘야 하는 체질입니다. 게다가 세 명 모두 음주에 흡연에 뭐. 특히 핫바 페티쉬가 남다른 남 기자 별명이 '핫바 감별사'입니다. 여튼, 취재팀 입맛 수준이 딱 그 정도입니다. 양산에 있는 '죽림산방'이라는 식당을 갔습니다. 재료를 그대로 살린 각종 ..
[경남의 재발견]과장 좀 할 수도 있지 거창 가조면이 온천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취재하면서 알았습니다. 당연히(?) 전국 최고 수질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전국에 온천으로 유명한 곳 치고 최고 수질을 자랑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까? 냉정하게 '전국에서 17번째로 좋은 수질'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습니다. 여튼, 가조 온천 자랑에는 거창한 수식이 하나 더 붙습니다. 바로 분지인 가조면 땅 생김새가 '백두산 천지'를 빼다박았다는 주장입니다. 백두산 천지를 닮은 땅에서 솟는 온천이라니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있어 보이는 것은 있어 보이는 것이고, 취재팀은 진짜 그렇게 닮았는지 확인해야겠다는 심통(?)이 솟았습니다. 그래서 경남도민일보가 취재팀에게 기본으로 제공하는 헬기를 타고 가조면 상공을 먼저 촬영했습니다. 또 1999년 창간 기념으로 발사한..
[경남의 재발견]가락지의 제왕? 극장에서 영화 보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CG 유무, CG가 없다면 굳이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쪽입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주인공이 와이어라도 달고 날아줘야 됩니다. 이런 취향은 거슬러 올라가면 에서 시작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나 · 등 마블 시리즈는 착한 영화입니다. 반대로 같은 영화는 나쁜 영화 되겠습니다. 집에서 TV로 봐도 되지 않습니까? 여튼, 만약 제가 에 버금가는 영화로 이라는 영화를 만든다면 촬영지로 두 곳을 정하겠습니다. 바로 하동에 있는 삼성궁과 산청에 있는 구형왕릉입니다. 삼성궁이 '곤도르' 정도 된다면, 구형왕릉은 '로한'일 것입니다. 삼성궁이 위기에 처할 때 봉화를 피우면 그 봉화가 지리산 줄기를 타고 올라가 구형왕릉에 도달합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역시 3..